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의견을 내비쳤다.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태스크포스(TF)는 암호화폐를 투기로 보고 있어 암호화폐 거래 규제를 예정하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한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징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즉 “가상화폐는 어떤 가치에 기반을 둔 거래 대상이 아니므로 상품 거래와 비교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며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박 장관은 “법무부는 처음부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가 너무나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박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11일 비트코인 가격은 낮 12시 2,073만원에서 오후 2시 1,800만원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빗썸 기준). 2시간 동안 약 13%가량 급락한 것이다.

 

대한민국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그 실상은 ‘정부 부처간 협의 없어’

 

이러한 박 장관의 언급에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자들이 실의에 빠져 있던 가운데, 박 장관의 해당 언급이 모든 정부 부처의 협의 아래 나온 종합적 발언이 아니라 법무부만의 의견이라는 속보가 발표 되었다. 청와대는 박 장관의 발언이 있었던 11일 오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 입장문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정부 부처간 협의 없이 법무부 장관 단독으로 폐지에 관해 언급해도 되는 것이냐”며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한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이것만이 답일까? 아닐 듯한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 규제에 관한 의견이 정부 부처간에서조차 엇갈리면서 암호화폐 거래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충돌의 여파로 언론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암호화폐 관련기사 하나에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는 등 좌충우돌 하기도 했다. 특히 암호화폐 신규 거래가 막혀있는 현재 상황에서 많은 예비 거래자들의 관심이 신규 거래 허용 여부에 집중되어있는 가운데, 모 신문사에서는 신규 거래가 절대 불가하다는 기사를 배포 했다가 ‘깐깐해진다’, ‘어려워진다’ 등으로 끊임없이 변경되어 거래자들의 불만이 쌓이기도 했다.

 

이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의 자리에서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1일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언급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직도 오리무중인 암호화폐 규제… 외국의 경우는?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잡음이 불거지기 시작한지 일 주일이 되어 가지만, 제대로 된 규제는 여전히 무소식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전부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거래소 폐쇄는 아직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다만 그 결정에는 진지한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김 부총리는 암호화폐 실명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로써 오는 30일 실명 확인 시스템이 설정되는 대로 신규 회원 가입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 암호화폐에 관한 규제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체는 ‘분산화’를 모토로 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와 상충하는 개념이지만, 정부의 과세 문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다소간의 규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규제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를 화폐의 일종으로 취급하면서 자유로운 거래를 허가한 바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그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며 본인확인절차를 철저하게 거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정을 만들고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들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등 철저하게 실명을 유지하여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한국 정부의 규제 언급에 이어 중국 정부가 채굴을 규제한다는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은 한층 더 가라앉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입문한 지 오래된 거래자들이라면 매해 각종 이슈들로 인하여 암호화폐 폭락장이 있어왔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암호화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것이며, 법정 화폐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나아가 법정 화폐를 대체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